전북 남원 지리산 뱀사골
한국서 가장 유명한 계곡 중 하나일 텐데 '비밀 정원'마냥 조용하고 깊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죽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어, 어감(語感) 서늘한 이름으로 불리는 지리산 자락 '뱀사골' 계곡은 7월 첫 주말 밀려드는 등산객들을 소리 없이 품으며 꿋꿋하게 흐르고 있었다.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 요룡대, 병풍소, 간장소 같은 뱀사골 명소를 지나 지리산 능선인 화개재까지 닿는 데는 대략 3시간반 걸린다. 본격 등산을 할 작정이 아니라면 굳이 산행할 필요 없이 바람 맑고 물 좋은 뱀사골을 설렁설렁 즐기다 내킬 때 돌아오면 된다. 탐방로를 벗어나면 벌금 50만원을 내야 한다는 '경고문'에서 볼 수 있듯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건 금지된 상태. 2026년까지 뱀사골 일대가 '특별보호구'로 지정돼 탐방로 이외엔 들어갈 수 없지만, 탐방로가 단정하고 편하게 깔려 있어 미끄러운 계곡을 오르내리는 것보다 오히려 걷기 편하다. 군데군데 놓인 벤치는 시원시원 흐르는 계곡을 보고 들으며 여름 더위 잊기 좋은 안식처다.
뱀사골 탐방 코스 중 산꾼들에게 통상 '얼음골'이라 일컬어지는 지점은 제승대(祭僧臺)와 간장소 사이다. 제승대는 1300여 년 전 지리산 송림사 고승(考僧)인 정진스님이 사람들의 애환과 시름을 대신해 제(祭)를 올렸던 바위고, 간장소는 옛날 보부상들이 경남 하동에서 소금을 나르다 자주 빠졌다는 간장 빛깔 웅덩이다. 제승대를 지나 간장소로 향하는 길, 올라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에 물이 폭포처럼 화르륵 떨어지는 지류(支流)가 있는데 서늘한 바람이 나온다고 '얼음골'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지류는 예전엔 뱀사골을 돌아 나오는 계곡 트레킹 코스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통제 이후 들어서는 건 금지된 상태고, 멀리서 그 시원한 바람과 멋들어진 물살에 감탄할 수 있을 뿐이다.
이날 오후 1시쯤 남원시 평균 온도는 섭씨 27.5도. 뱀사골 하류 지점 온도는 19도였지만 제승대를 지나자 수은주가 17도로 내려갔다. 오르막을 걷느라 옷을 적신 땀은 시원한 계곡 바람과 마주치자 자취를 쏙 감춘다. 얼음골 부근에 끼어 있는 이끼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물에 온도계를 대었더니 섭씨 10도로 차디찼다. 못 들어가게 막아놓아 애타게 바라보며 주위를 맴돌 뿐인 맑고 포근한 계곡, '이제 17년만 기다리면 돼'라며 시원한 바람으로 인사하는 듯했다.
- ▲ ‘특별보호구’로 지정돼 내려가 볼 순 없지만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지리산 뱀사골.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대중교통으로: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오전 6시~오후 10시20분 약 1시간에 한대꼴로 남원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 1만4700원부터. 남원 시외버스터미널(남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약 2㎞·택시로 기본요금 정도 나온다)에서 오전 7시30분~오후 8시 약 1시간 간격으로 뱀사골 가는 버스(4600원)가 떠난다.
자가용으로: 88올림픽 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인월·산내' 방향→뱀사골 탐방안내소. 주차료 하루 5000원.
지리산국립공원
(063)625-8911(북부사무소)·http://jiri.kn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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