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자료/지리산 여행

智異山 칠선계곡 탐방기..................매일경제

지리산바이러스 2010. 4. 25. 00:16

지리산 칠선계곡 탐방
선녀가 놀던 원시림 속 폭포들

일곱 선녀의 전설을 간직한 지리산의 칠선계곡. 고운 이름과 달리 험하기로 지리산에서 으뜸인 곳이다.

그만큼 아름다워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이나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의 3대 계곡으로 불리지만 원시의 자연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1999년부터 입산이 금지됐다. 10년 가까이 휴식을 취한 그 계곡이 신비스런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특별보호구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도입해 제한적이나마 비경을 보면서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길이 트인 것이다. 오랜 기간 인간의 발길에서 벗어났던 계곡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름 장마는 이 계곡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올해 하반기 첫 탐방이 시행된 9월 1일 그 계곡을 찾았다.

새벽 2시30분 판교를 떠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거쳐 88고속도로 함양IC를 나왔다. 함양에서 야간 사진의 명소로 유명한 오도재(오도령)을 넘어 칠선계곡 등산로의 출발점인 추성리로 접어들었다.

추성리 주차장엔 6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리산 정상은 구름에 덮여 있었지만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인원점검이 끝나자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7시가 되기 전에 곧장 산행에 나섰다. 4명의 공원지킴이가 안내원으로 함께 나섰다.

추성리 주차장은 해발 430여m. 설악산 오색지구와 비슷한 높이다. 오색에서 곧장 올라가는 대청봉이 1707.9m인데 이곳에서 역시 곧장 올라가는 천왕봉은 1915m이다. 단순한 숫자만으로도 난이도가 짐작이 된다.

추성리에서 칠선계곡의 입구가 되는 두지동으로 가는 초입부터가 깔딱고개다. “아이고, 숨차.’ 몸을 채 풀기도 전에 만난 오르막에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갯마루에 오르자 아늑한 느낌의 두지동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뒤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이름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옛날 난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살던 이 동네엔 요즘 현대식 통나무집이 들어서고 있어 세월이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추성리에서 이곳까지는 1,1km.

두지동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칠선계곡으로 접어들었다. 아직은 출입이 통제되지 않는 구간이라 사람들의 발길에 무뎌진 곳이 상당했다. 물가를 벗어난 오르막길엔 지린내와 함께 여기저기 염소똥이 보였다. 안내원은 사람들이 방목해 키우던 염소가 야생화해 이곳에 살고 있다고 했다.

한동안 물을 벗어나 이어지던 등산로가 드디어 물과 만났다. 물속의 자갈은 물론이고 모래알까지 셀 수 있을 것 같았다. 물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자그마한 소(沼)가 나타난다. 맑다 못해 파란 기가 도는 물에 산 그림자가 그대로 비쳤다. 전설의 첫 번째 무대인 선녀탕이다.

추성리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3.4km. 정상까지 9.7km인데 3분의 1이나 왔다며 사람들은 희희낙락이다. 두지동을 지나 거의 힘든 코스를 거치지 않고 이곳까지 왔기 때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하자 일행은 앞을 다퉈 웅덩이 가로 다가갔다. 맑은 물은 바라만 보아도 가슴까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일행 가운데 한 아주머니가 물에 빠졌다. 바위가 이만저만 미끄러운 게 아니었다.

선녀탕 위로는 본격적으로 웅덩이와 작은 폭포들이 이어졌다. 문헌상엔 칠선계곡에 7개와 폭포와 33개의 소가 있다고 했지만 이름 없는 폭포들이 수두룩했다. 폭포가 흔하다보니 한 두 길 정도는 아예 폭포 축에도 들지 못했다.

조금 더 가니 옥녀탕이다. 옥녀탕은 소 치고는 상당히 컸다. 검푸른 색이 돌 정도로 깊은 곳도 있었다.

곧 이어 비선담이 나타났다. 곰이 목욕하던 선녀의 옷을 감췄는데 사향노루가 그 옷을 선녀에게 가져다 줘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추성리에서 이곳까지 4.3km 구간은 예약을 하지 않아도 올 수 있다고 했다. 비선담 위의 출렁다리를 지나자 자물쇠가 굳게 잠긴 출입통제소가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탐방예약을 하고 안내를 받아야만 올라갈 수 있다.

안내원이 휴식년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했다. 휴식년제 시행으로 60여종의 동식물이 늘어났다고 했다. 자물쇠를 열었다. 드디어 10년여를 고이 간직해온 칠선계곡의 진수가 나타나는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통제소를 넘어서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이 나타났다. 산죽이 길을 막아 인적이 거의 없었음을 말해줬다.

산죽을 헤치고 나아가자 물기에 젖은 부엽토에서 뱉어내는 신선한 냄새가 풀이나 나무의 향기와 어울려 코끝을 자극했다. 사태로 무너져 내린 바위들이 층층이 쌓인 가파른 계곡에는 언제 쓰러졌는지도 모를 고목들이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길가의 이끼는 여름 내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서인지 푹신할 정도로 크게 자랐다. 그 위로 이름도 모를 크고 작은 들풀들이 삐죽삐죽 얼굴을 내밀었고 고사리과의 식물들이 음지를 메웠다. 비선담을 지나 200여m 쯤 올랐을까.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한눈에 보아도 매끈한 폭포가 나타났다. 칠선폭포다. 사람들은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칠선폭포를 지나서 물을 건넜다. 가볍게 본 이곳에서 연이어 두 사람이 또 물에 빠졌다. 바위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미끄러웠다. 약간 가파른 길을 200여m 오르자 왼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칠선계곡에서 가장 웅장하다는 대륙폭포였다. 며칠 날씨가 좋아 수량이 줄었다지만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등을 타고 흐르던 땀을 순식간에 씻어낼 만큼 시원했다.

대륙폭포를 지나자 길은 점점 더 가팔아졌다. 그럭저럭 따라오던 사람 중 일부가 뒤처지기 시작했다.

합수골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약간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곡이 깊어갈수록 이름 모를 꽃들과 버섯들이 점점 많아진다. 등산로 중간 중간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져 때로는 타고 넘고, 때로는 밑으로 기어 지나갔다. 계곡엔 여전히 맑은 물이 가득해 목이 마를 때마다 허리를 굽히고 들이켰다.

또 다시 멋진 폭포가 나타났다. 삼층이나 됐다. 폭포 앞에서 때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마폭까지 갈수도 있었지만 그곳부터 정상까지 깔딱고개가 이어지기 때문에 미리 먹고 약간 소화를 시키는 게 낫다는 게 안내원의 설명이었다.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순식간에 점심을 해치웠다. 짐을 챙기고 일어서자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길이 가파른데다 미끄럽기까지 해 똑바로 서서 걷기가 힘들었다. 두 다리를 더 보탰다. 네 다리로 걷는 게 편하게 느껴지니 진짜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사가 가파른 만큼 계곡은 연이어 폭포를 이뤘다. 이단폭포 무명폭포….

칠선계곡의 마지막 폭포라는 마폭을 지날 때는 카메라를 꺼내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로 빗발이 굵어졌지만 수통을 채워야 했다. 위에는 물을 얻을 곳이 없다고 했다. 마폭을 건너자 길은 이제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사가 급해졌다. 다만 이곳부터는 길이 제법 잘 다듬어져 네 발로 기지는 않아도 됐다.

조금 뒤 두 아름이나 됨직한 주목이 나타났다. 상당히 높은 곳이라는 것을 귀띔해주는 듯했다. 조금 더 오르자 주목 군락도 나타났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귀한 나무다. 경사가 급한 만큼 쉬는 횟수도 잦아졌다. 드디어 앞이 탁 트일 것 같은 곳에 도달했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 앞을 가려 마음속으로 경치를 그려볼 수밖에 없었다.

바람도 점점 세졌다. 후미 그룹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추위를 이기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가파른 철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계단만 오르면 정상이라고 했지만 꼭대기는 희미하게 조차 보이지 않았다.

철 계단을 지나자 또 다시 자물쇠가 굳게 잠긴 출입문이 나왔다. 문을 열고 나가자 구름이 빠르게 지나갔다. 정상이다. 비바람이 몰아쳐 제대로 서기도 어려웠다. 간신히 정상 표지석을 찍고 내려오는 순간 발이 미끄러졌다. ‘어이쿠.’ 그러나 다행이었다. 배낭 덕에 엉덩방아를 찧는 정도로 그쳤다.

후미 그룹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게 도리였지만 추위 때문에 안내원들이 인원 파악을 한 뒤 먼저 떠나라고 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능선도 구름에 덮여 있었다. 통천문을 지나자 오른 쪽으로 조그만 샛길의 흔적이 보였다. 20년 전 칠선계곡을 오를 때 그 곳으로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제석봉(1806m)을 지나자 여기 저기 고사목이 그림자처럼 음산한 모습을 드러냈다.

장터목산장에서 따뜻한 커피로 간단히 몸을 녹인 뒤 서둘러 백무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이곳에서 하루를 쉰 뒤 하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정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개마저 짙게 끼어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백무동으로 들어서는 길엔 다래가 주렁주렁 달렸다. 중간 중간 등산로를 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도 육산이라는 지리산의 특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일부 흙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돌로 깔려 있었다. 무릎에 통증이 왔다. 게다가 무척 미끄러웠다. 내려오는 동안 두 번을 더 굴러야 했다.

백무동으로 가는 길엔 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장터목대피소에서 3.2km를 내려와 만나는 참샘이 하산하면서 처음으로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참샘을 지나도 백무동까지는 2.8km를 더 가야 했다. 예전의 흙길이 사라져 길은 더욱 지루하게 느껴졌다.

가는방법

승용차로 가려면 88고속도로 함양IC에서 나와 1001번 도로를 거쳐 오도재를 넘어 추성리로 들어가거나, 지리산IC에서 나와 인월, 마천을 거쳐 추성리로 가면 된다. 백무동 하산 후 추성리까지는 택시로 이동해야 한다. 택시요금은 1만1000원.

버스로 서울에서 가려면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 버스를 탄 뒤 마천에서 내려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돌아올 때는 백무동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 버스는 오전 8시20분 10시30분, 오후 1시20분 3시20분 5시30분 7시 12시(심야)에 각각 뜬다. 백무동에서 동서울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7시20분 8시50분 11시30분, 오후 1시30분 2시50분 4시 6시에 있다. 운행시간은 4시간 정도.

[탐방예약]

칠선계곡은 4월과 5월, 9월과 10월 등 1년에 넉 달만 탐방이 허용된다. 그것도 내년까지만 계획이 잡혀 있다. 2027년까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이후 자연 상태가 나빠졌다고 판단되면 다시 출입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까지 탐방이 허용됐다지만 매일 갈 수 있는 게 아니고 일주일에 나흘만 안내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올라가고 화요일과 금요일에 내려온다.

올라가는 날을 이용했다면 정상에선 다른 코스로 언제든 내려올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코스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날에 맞춰 칠선계곡을 탐방할 수도 있다. 올라가는 팀은 대피소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산하는 팀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탐방예약은 국립공원 지리산 홈페이지에서 칠선계곡 탐방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1회 탐방인원이 40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국립공원은 예정일 15일전에 예약을 받으므로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약과 함께 여행자보험도 들어야 한다. 코스가 험하기 때문에 보험가입증명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현장에 가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라가는 사람은 추성리 주차장에 오전 6시40분까지 집결해야 하며 하산하는 팀에 끼려면 천왕봉 탐방로 입구에 역시 오전 6시40분까지 가야 한다. 이동시간은 칠선계곡을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갖춘 사람을 기준으로 추성리~천왕봉 8시간, 천왕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1시간, 장터목~백무동 3시간 등 12시간을 잡아야 한다. 기상 여건에 따라서는 1시간 정도 더 걸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루를 쉰 뒤 다음날 백무동이나 중산리로 하산하는 게 보통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44호(08.09.15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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